권리의 주체 (자연인, 태아의 권리) [민법총칙]

 

자연인

민법상 권리의 주체, 즉 권리능력을 가질 수 있는 존재는 자연인(사람)과 법인만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앞서 배운 권리들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인과 법인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여기서 자연인을 먼저 살펴보자. 민법 제3조에 따라서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능력을 인정받는데, 생존의 범위는 무엇일까?

민법에서는 생존, 살아있는 동안을 출생(모체로부터 전부 노출) -> 사망(심정지)로 본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준은 각 법마다 다르다.

헌법에서는 형성중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형법에서는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상태의 태아도 사람의 시기로 본다.

 

태아의 권리능력

민법에 따르면 태아는 자연인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능력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태아는 손해를 입어도 권리 행사가 불가능한가?

일반적으로는 권리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예외적으로 다음 4가지 사안들이 존재한다.

1.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2. 재산 상속
3. 유증
4. 인지 (자녀로 승인)

제762조(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③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제1064조(유언과 태아, 상속결격자) 제1000조제3항, 제1004조의 규정은 수증자에 준용한다.

제858조(포태중인 자의 인지) 부는 포태 중에 있는 자에 대하여도 이를 인지할 수 있다.

 

여기서 제762조의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를 살펴보자. 이는 의제조항으로, 실제로는 출생하지 않았지만 허구로 출생한 것 처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문제]
A와 B,C간의 자동차 사고 발생
이때 B의 처 C는 임신 중이었는데, 태아가 C와 함께 사망

->B가 A에게 '태아가' 입은 손해(모 C 사망, 본인 사망)에 대하여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배운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C(부인)는 물론이고, 제762조에 따라서 태아 역시 본인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둘다 사망(자연인이 아님)하였기 때문에, 권리능력을 상실하였다.

여기서 제1000조 상속에 따라 B(남편)에게 청구권이 상속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태아의 손해 배상 청구가 인용될 수 있을까?

 

정지조건설, 해제조건설

앞서 본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에 대해서는 두가지 견해로 다시 나뉘게 된다.

 

정지조건설

정지조건설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법률효과의 발생을 의존하게 하는 것이다.

태아로 있는 동안에는 권리능력이 없지만, 살아서 출생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문제 발생시 소급하여 권리능력을 취득한다는 견해이다.

 

해제조건설

해제조건설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법률효과의 소멸을 의존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의 사실이 생긴 때부터 권리능력을 갖지만, 사산한 경우에 소급하여 권리능력을 잃는다는 견해이다.

정지조건설과 해제조건설의 차이

 

정지조건설은 태아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태아가 출생하기 전에는 그 손해를 확정하기 곤란하고, 사산으로 인한 예상 불가능한 손해를 막기 위해 출생 이후 소급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해제조건설은 출산율이 사산율보다 높고, 출생까지 기다렸다가 권리행사를 하는 것은 신속한 해결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사산된 경우에 소급하여 권리능력을 잃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정지조건설의 입장을 취한다. 태아가 권리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민법상 이를 대행할 기관 (대리인)이 없어 태아로 있는 동안은 권리능력을 취득할 수 없다는게 주요 근거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정지조건설과 해제조건설 모두 태아가 사산한 경우(출생하지 못하는 경우) 권리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사례로 돌아가게 된다면, 태아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태아의 손해'에 대한 B의 청구는 불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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