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상황
판례는 이중매매에 있어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때에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민법 제103조)에 해당하여 무효로 본다.
이때, 구체적으로 매매가 어느 정도로 진행된 시점에서 제2매수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이 성립하는지, 즉 매도인의 배임행위가 언제 성립하는지, 정확히는 계약만 체결한 상태에서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중매매 및 무효
원칙적으로 이중매매는 계약자유의 원칙 상 유효하나, 판례는 1) 매도인의 배임행위가 있고, 2)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이중매매가 무효가 됨을 인정한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55289 판결).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55289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부동산의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매도인의 배임행위와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행위로 이루어진 매매로서, 그 적극가담하는 행위는 매수인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목적물이 매도된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그 매도사실을 알고도 매도를 요청하여 매매계약에 이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때 일부에서는 사실상 제1매수인의 목적부동산 점유, 사용까지 판례는 고려함을 이유로 이 역시 요건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김상찬, 이충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 , <31-0>, 한국법학회, 2008).
여하튼 판례는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는지'에 있어 거래상태, 제1양도채권자의 점유 여부 및 기간, 이용현황 등 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52622 판결).
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5262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하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도 그러한 무효의 제재, 보다 실질적으로 말하면 나아가 그가 의도한 권리취득 자체의 좌절을 정당화할 만한 책임귀속사유가 있어야 한다. 제2의 양도채권자에게 그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가 당해 계약의 성립과 내용에 어떠한 방식으로 관여하였는지(당원의 많은 재판례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시한 ‘소유자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는지’ 여부라는 기준은 대체로 이를 의미한다)를 일차적으로 고려할 것이고, 나아가 계약에 이른 경위, 약정된 대가 등 계약내용의 상당성 또는 특수성, 그와 소유자의 인적 관계 또는 종전의 거래상태, 부동산의 종류 및 용도, 제1양도채권자의 점유 여부 및 그 기간의 장단과 같은 이용현황, 관련 법규정의 취지·내용 등과 같이 법률행위가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의 판단에서 일반적으로 참작되는 제반 사정을 여기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
전원합의체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매도인이 이중매매를 한 경우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이때 그 근거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해약금 해제를 통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민법 제565조) 중도금 지급을 통해 이행에 착수에 이른 경우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으로 본다.
이로 비추어 보아, 민사법상 이중매매의 무효 역시 적어도 중도금은 지급된 상황이어야지 성립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지방법원 민사 판례에서 위 배임죄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여 계약금만 지급된 경우 이중매매에서의 제2매수인의 배임행위 적극 가담으로 인한 무효를 부정한 바 있다.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부산지방법원 2019. 2. 15. 선고 2017가단2946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 B이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제1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부터 계약금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배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 회사가 피고 B의 배임행위에 적극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2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는 이유 없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0. 선고 2022나12946 판결 [매매대금반환]
결론
계약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보자.
- 의사합치 -> 계약금 -> 중도금 -> 잔금 / 소유권이전
우선 판례가 그러하듯, 계약금만 지급한 경우 민법 565조를 이유로 언제든지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이중매매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계약금 계약을 하지 않은 경우 민법 565조가 성립될 수 없어 매도인의 해제권이 인정되지 않으나, 계약의 과정으로 비추어 볼 때 계약금 지급 단계보다 더 이전의 시점에서 매도인의 배임행위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판례의 명시적인 기준은 없지만 적어도 "실행의 착수"에 이른 중도금을 지급한 시점이 되어야 매도인의 배임행위가 성립될 수 있고 -> 이에 따라 제2매수인의 배임행위 적극 가담 역시 성립되어 이중매매가 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여담
사실 내 고민의 시작은 상법에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에 대해 읽어보며 시작하였다.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에 있어, 대법원은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유사하게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기 전 이중양도를 하고 제2양도인에게 대항요건을 갖추어 준 상황에서, "제2양도인이 양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 하였다면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는 입장이었다(2005다45537).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양수인은 양도인의 협력을 받을 필요 없이 단독으로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음을 이유로, 양도인이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이중양도한 경우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바 있다(2015도6057).
배임죄 성립에 대하여 대법원이 그 범위를 점점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민사법과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비록 형사법과 민사법의 경우를 동일시해야 하지는 않으나, 민사법상 배임에 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형사법상 배임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지 않은 지식이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법 > 민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자간 등기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에 따른 법률관계 (2) | 2023.10.31 |
---|---|
전세권 소멸과 부당이득 (0) | 2023.05.23 |
원상회복에서의 가산이자와 지연손해금에 대한 이자제한법 적용여부 (1) | 2022.11.13 |
협의의 무권대리 - 본인의 추인, 상대방에 대한 책임, 단독행위의 무권대리 [민법총칙] (1) | 2022.01.08 |
표현대리 -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권소멸후의 표현대리 [민법총칙] (0) | 2022.01.08 |
Comment